물오른 5월의 햇살 아래, 어머니 손을 잡고 다녀온 벌교 전통시장은 봄의 정취와 사람 냄새로 가득한 하루였다. 기차역을 나와 한걸음씩 걷다 보면 시장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짭조름한 바닷내음이 먼저 우리를 맞아준다. 그 향기 속엔 바로 벌교의 자랑, 꼬막이 담겨 있다. 벌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꼬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연스레 따라붙는 이름. 어린 시절, 엄마가 찜기에 찐 꼬막을 손끝으로 정성스레 까 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익숙한 눈빛으로 좌판들을 하나씩 살펴보셨다. 벌교 토박이 상인들은 “이건 오늘 아침에 잡힌 거여~” 하며 친근한 말투로 꼬막을 권해주신다. 그 말 한마디에 엄마의 발걸음이 멈췄고, 우리는 반근씩 꼬막을 사서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손에 들린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