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봄날, 바람결이 살랑이는 오후. 어느 날 문득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안양천을 찾았다. 가까운 곳이지만,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낼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는데, 봄이 주는 싱그러움 덕분인지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안양천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감싸고, 가벼운 봄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초록들이 이제 막 깨어나듯, 산책로 주변의 풀잎과 나무들이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푸릇푸릇한 생명이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곳곳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손을 꼭 잡은 연인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걷는 이들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속도로 이 봄을 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