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봄날, 바람결이 살랑이는 오후.
어느 날 문득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안양천을 찾았다.
가까운 곳이지만,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낼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는데, 봄이 주는 싱그러움 덕분인지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안양천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감싸고, 가벼운 봄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초록들이 이제 막 깨어나듯, 산책로 주변의 풀잎과 나무들이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푸릇푸릇한 생명이 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곳곳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손을 꼭 잡은 연인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걷는 이들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속도로 이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쁜 도시 속에서도 이런 여유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새삼 느껴졌다.
천변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떤 나무는 벌써 꽃잎을 흩날리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걷는 기분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 봄바람은 묘하게 마음을 맑게 만들어 주었다.
걷다 보니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도 하나둘 내려앉는다.
어떤 날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안양천은 그런 공간이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걷다 보면 어느새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곳곳에서 만난 초록의 기운이다.
연둣빛 새싹, 잎이 돋기 시작한 나무, 잔잔히 흐르는 물결까지. 모든 것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초록은 생명의 색이자 희망의 색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마음까지 생기 있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봄은 늘 우리 곁에 오지만, 우리가 그것을 온전히 느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쉽다.
이번 봄엔 안양천을 걸으며 그 작은 변화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보길 바란다.
혹시 요즘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면, 잠깐이라도 안양천을 따라 걸어보자.
바람에 실린 초록의 향기, 햇살의 따스함, 그리고 사람들의 미소가 당신의 하루에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