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혼자 살게 되었을 때, 기대가 컸다.
집안일을 내 마음대로 하고, 퇴근 후 조용히 쉬며,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자유가 무척 달콤하게 느껴졌다.
원하는 시간에 자고, 먹고,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워 멍을 때리는 그 시간이야말로 ‘혼자 사는 재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 못한 감정이 찾아왔다. 바로 '외로움'이었다.
처음에는 바쁜 일상 덕분에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늦은 밤 정적이 감도는 방 안에서 문득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워졌다.
즐겁거나 속상한 일이 생겨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집에 들어와도 반겨주는 존재가 없을 때,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 쓸쓸함으로 다가왔다.
혼자 밥을 먹을 땐 유튜브를 틀고, 라디오를 켜고, 친구에게 톡을 보내도 그 순간의 공허함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사소한 잔소리조차 그립다고 느끼는 건,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신호일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삶은 분명 많은 자유를 준다.
하지만 그 자유는 때로 외로움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능력과, 그 안에서 외로움을 잘 다스리는 방법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외로움과 함께 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를 위한 소소한 식사를 정성스럽게 차려보기도 하고, 아침에 커튼을 열며 “좋은 하루 보내자”는 인사를 스스로에게 건네기도 한다.
짧은 산책이나 동네 마트에 다녀오는 일상 속에서 작은 따뜻함을 느끼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이 나쁜 감정이라 여기지 않으니 오히려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가끔은 그 외로움 덕분에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고, 누군가와의 만남이 얼마나 따뜻한 선물인지도 알게 되었다.
혼자 사는 삶은 결국, 자기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하는 시간이다.
편안함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과 자연스럽게 동행할 수 있다면, 혼자의 시간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