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그 당연함을 잊은 시대
“신입이라 실수할 수도 있지.”
이런 말이 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처음’이라는 단어에 너그러움이 묻어 있었고, 실수는 성장의 일부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다르다. 신입에게도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적응 속도가 빠른 사람만이 살아남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제 신입은 더 이상 신입일 수 없다.
입사 첫날부터 모든 시스템을 파악하고, 눈치껏 분위기를 익히며, 실수 없이 업무를 해내기를 기대받는다.
업무 능력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 심지어 커피 취향까지 ‘눈치껏’ 맞추기를 강요받는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마치 이전부터 알았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처음은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다.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문제는 사회가 그 ‘서툶’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려 없는 환경, 실수를 기회가 아닌 낙인으로 보는 시선이 신입들을 더 위축시키고, 심지어는 번아웃으로 이끌기도 한다.
신입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다.
회사에 적응하고, 자신만의 일처리 방식을 찾아가며 성장해가는 시기다.
그런데도 당장 팀의 전력으로 써먹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성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업무는 외워도 맥락은 놓치고, 질문은 눈치 보느라 꺼내지 못하고, 결국 혼자서 끙끙 앓다 퇴사까지 고민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 시대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서툰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으며, 때로는 그 서툰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선배가 된 지금의 우리도 언젠가는 처음이 있었다.
출근길이 떨리고, 회의에서 말 한마디 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 말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신입에게 실수를 허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다.
잘 몰라도 괜찮다고, 틀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그 당연함을 다시 기억하고, 인정하는 조직문화가 진짜 ‘건강한 성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