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_1SW142PWISKOh01YBHQyzq8FLH8-s8E8D6v64qj2hI google-site-verification=_1SW142PWISKOh01YBHQyzq8FLH8-s8E8D6v64qj2hI 고향 가까이 있었지만 멀었던 곳, 소록도(#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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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까이 있었지만 멀었던 곳, 소록도(#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프리한고비 2025. 4. 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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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과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밖에 가보지 않았던 소록도. 

그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섬’이라는 막연한 인식만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최근에 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소록도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인근 어촌 마을을 지날 때면 소록도라는 지명이 익숙하게 들렸지만, 정작 발길은 잘 닿지 않았던 그곳.

마음 한편에는 어쩌면 알게 모르게 '가깝지만 낯선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꼬꼬무를 통해 접한 소록도의 이야기는 충격이었고,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곳은 단지 병든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었다.

평생 가족의 품을 떠나 강제로 이송되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한이 서린 땅, 자유를 빼앗긴 채 차별과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었다.

 

소록도에 처음 한센병이 전파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당시 조선총독부는 한센인을 강제 수용했고, ‘격리’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삶은 섬에 가둬졌다.

그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고, 노동을 강요받았으며,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아야 했다.

강제 단종 수술, 출산 금지,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떼어내 버려지는 끔찍한 현실은 지금 시대에선 상상조차 어렵다.

 

놀라웠던 건, 이런 잔혹한 사실들이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아왔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 섬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너무도 깊이 남아 있었다.

 

방송을 보고 난 후, 나는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소록도를 다시 떠올렸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다리, 바다 냄새, 그리고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간 작은 집들.

그 안에 그렇게나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가봤다'는 기록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 깃든 역사를 기억하고,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시작 아닐까.

 

소록도는 분명 아픔의 섬이지만, 동시에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곳에 여전히 살아계신 분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이제는 멀게만 느껴졌던 그 섬이, 내 마음속으로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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