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점, 심우장 방문기
서울 성북동의 조용한 골목길 끝자락, 소나무와 담쟁이 넝쿨이 드리운 돌담 너머에 자리한 ‘심우장’.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 선생이 말년에 머물렀던 이 집은, 그저 한 채의 옛집이 아닌, 일제강점기의 억압에 맞서 조용히 저항한 의지의 상징이자, 자아를 향한 깊은 사유가 깃든 공간이다.

‘심우장’이라는 이름은 ‘마음을 찾는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자아와 진리를 찾고자 했고, 동시에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지냈다.
겉으로는 은둔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치열한 저항과 고뇌가 공존했다.
집을 짓던 당시, 그는 의도적으로 북향으로 집을 설계했다.
이는 일본 왕이 있는 남쪽을 향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작은 건축의 방향 하나에도 저항정신이 담긴 것이다.
나는 평소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을 좋아했고, 그의 생애가 궁금해 심우장을 찾았다.
조용한 담장 안으로 들어서니, 붉은 벽돌과 전통 한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거실과 서재, 방 하나하나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는 선생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문학과 철학, 불교 사상이 녹아든 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작은 정원과 그 안의 연못이었다.
고요히 머무는 물 위로 잎새가 흔들리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 속에서 선생의 시가 떠올랐다.
“그 사람은 갔습니다”로 시작되는 『님의 침묵』은 단순한 이별시가 아닌, 조국의 부재와 민족의 아픔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심우장은 바로 그 시인의 내면과 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요즘같이 바쁘고 정신없는 시대에, 심우장은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을 준다.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의미, 조용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한용운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가 남긴 유산은 시나 글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이 작은 집 구석구석에도 스며 있다.
자아를 찾고 싶을 때, 혹은 역사의 울림을 느끼고 싶을 때, 심우장은 그 출발점이 되어준다.
일제강점기라는 거대한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한 사람의 고요한 저항과, 진정한 자유를 향한 갈망.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묻는다. 지금,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